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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언덕에 서면 (송안 최영식 한국권투위원회 심판위원. 동국대 부산동창회 사무국장)

작성자최영식

등록일11.01.16

조회수2275

사색의 언덕에 서면



수시로 변하는 인간사처럼 변화무쌍한 바다의 풍경 또한 예외가 아니다.
때로는 먹구름을 몰고 온 비바람이 노도와 천둥을 앞세워 금방 천지를 삼킬 듯 우리를 공포 속으로 휘몰아 넣곤 한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꼬리를 접고 언제 그랬냐는듯 잔잔해지는 바다는 사색을 업고 고요 속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따라 녹색빛과 어우러진 쪽빛 바다의 광채는 유난히 밝고도 아름다워서 일상사에 조인 내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며 사색의 풍요를 안겨준다.
시간이 나면 가끔 즐겨찾는 이 달맞이언덕에서 해운대의 절경을 둘러보려고 눈을 돌리면 먼저 광안대교가 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바다를 가로질러 세워진 거대한 현수교는 세계적인 명물로 등장하여 내 시야에서 떠나지 않으며 뭔지 모를 설레임으로 가슴을 채운다.
밤이면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다리를 아름답게 수놓고 그 위를 한가로이 거닐며 소곤대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대교의 풍속도를 만들어 마치 화폭에 담은 그림인 듯 아름다운 밤문화를 만들어 낸다.
BEXCO를 지척에 두고 주위를 에워싼 수많은 고층 아파트군의 위풍이 하늘에 치솟고 먼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너머에는 겹겹으로 둘러친 다도해의 신비로운 섬의 그림자들이 가물대는 모습에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된다.
해운대는 내 삶의 터전이기도 해서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절경에 매료되어 살고 있다. 어머니 품속같은 그 품에 안겨 포근히 잠들어 버리는 일상이 된것이다.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뭇 사람들을 지도 감독하는 일을 맡은 관계로 문하생들이 시시각각 율동으로 엮어내는 곡선의 묘미에 매료되어 시간도 잊은 체 열중하다보면 여기에 또 하나의 예술 창작이 이루어 진다.
스포츠로 모두의 가슴이 순화되어 자연의 숨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합창 속에 녹아들어 하루하루 삶의 보람을 이곳에서 찾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복잡다단한 현대의 사회구조 속에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 속에 시달리는 아픔으로 인하여 정서도 삶의 여유도 망각 속으로 빠져버리고 자신만의 독고적인 습성이 베어 이웃과는 거리를 두게 되고 인정마저 메말라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문명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자리는 인정을 담는 고향의 창문이며 자연이 일구어낸 보고의 땅이자 무서운 현대병을 치유할 수있는 요양소인 것이다.
시선을 던져보는 길게 뻗은 해운대의 은빛 백사장에는 햇빛이 쏟아지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웃음꽃을 피우는 우리네 소박한 모습은 동양화의 한 폭 풍경처럼 보인다.
겹겹이 포갠 구름 아래로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은 숨바꼭질로 나를 유혹하고, 하얀 포말을 뿜어내는 유람선은 오륙도를 맴돌며 어선들과 함께 바다길을 하얕게 갈라놓는다.
세계 정상들이 머물다간 그림같은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낭만이 끝없이 넘쳐흐르는 동백섬에서 동백꽃과 아우러져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계속해서 맞이하고 있다.
해운대 뒤로는 명산 "장산"이 우뚝 서 기상을 높이며 오솔길 따라 등반하는 산악인들의 아름다운 행렬이 산로를 잇는다.
일출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달맞이고갯길은 택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석양빛에 노을을 이고 넘나드는 낭만이 서린 곳이다.
자연이 연출해낸 멋진 풍경에 매료되면 속세를 등진 채 무욕을 세계를더듬게 되고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는 것이리라.
맑고 밝은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그 희열이야 말로 진정한 삶의 향훈이 아니겠는가 그윽하고도 맑은 경지를 거니노라면 오탁에 물든 탐욕과 들떠있는 마음이 가라앉게 되고 성인의 글과 맑은 정취를 담은 그림같은 풍경의 감상 속에 속된 기운이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이처럼 사람의 생활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되고 삶의 터전을 잡은 이곳을 매일 드나들며 보내는 하루하루는 예술 속을 거니는 것 같고 여러가지 번뇌로부터 해방되어 자연의 엄한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자연은 모든 사람들에게 참다운 지혜를 주며 피안길로 인도되어 그 속에서 내 생명이 살아 숨쉬게 된다.
자연과 나는 하나임을 알게 되고 참된 진실과 삶의 철학을 이곳에서 깨닫게 된다.


松 安 崔 泳 植